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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게놈토피아’는 디스토피아?
[포커스] ‘게놈토피아’는 디스토피아?
  • 유춘희
  • 승인 2001.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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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C조사연구소, 바이오 산업 의식조사… 질병 치료에 가장 큰 기대 인간 유전자 정보인 게놈(Genome)을 분석해냄으로써 마침내 현대과학은 인류의 ‘생명 설계도’를 밝혀냈다.
꼭 1년 전, 국제 연구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미국의 민간 생명공학 업체인 ‘셀레라제노믹스’가 인간의 유전자 염기배열 지도 해독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세계는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핵폭탄 개발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이은 20세기 최고의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숱한 질병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초능력 인간’을 탄생시키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사람이 늙는 이유가 뭔지 비밀을 풀게 됨으로써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진 듯했다.
유전자 천국, ‘게노토피아’(Genotopia)는 과연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워낙 복잡한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얽혀 있어, 게놈 해독을 놓고 일부에서는 괜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우려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비롯해 21세기의 주된 경제동력 중 하나로 떠오른 바이오 기술과 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생명연장 따른 부정적 영향 우려 인터넷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IRC조사연구소 www.intelresearch.co.kr는 최근 전국의 14~49살 남녀 1193명을 대상으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의식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9%는 바이오 산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53.5%는 특히 ‘생명연장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선 바이오 기술 자체의 인지도를 설문조사로 확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8%가 바이오 기술을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82%)이 여성(63%)보다,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 인지도가 높았다.
30살 이상 응답자 가운데서는 87.4%가 바이오 산업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 미칠 여러가지 파장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쪽은 어디일까. 설문 응답자의 53%는 ‘질병 치료’를 꼽았고, 20.3%는 ‘노화 억제’를, 그 다음으로 13.2%는 ‘인간 복제’라고 대답했다.
인간 복제와 관련된 윤리적 논란이 뜨거움에도 일반 국민들은 바이오 기술의 질병 치료법 개선효과 등 의학적 기여 가능성쪽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여준 셈이다.
중복 응답의 경우에도 81.2%가 질병 치료, 20.3%가 노화 억제라고 답해, 생명의 복제보다는 연장 효과에 더 큰 관심을 드러냈다.
중복 응답자 기준으로 41.7%는 ‘바이오 에너지와 자원 활용’에도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질병 치료와 노화 억제에 따른 인구 증가로 유발될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질병 치료에 대한 관심 비중은 특히 30살 이상의 연령대(88.7%)와 전업 주부(90.2%) 그룹에서 높았고, 인간 복제에 대한 관심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컸다.
인간 복제 문제는 바이오 기술의 발달과 관련해 윤리와 도덕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쟁점이다.
인간 복제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98.7%는 ‘알고 있다’고 답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77.6%는 인간 복제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20.1%에 그쳤다.
바이오 기술이 부각시킨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평균 1.90점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쪽으로 나타났으나, 바이오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평균 3.41점으로 비교적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
바이오 산업 자체는 전체적으로 모든 연령대에 걸쳐 큰 차이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인간 복제에 대해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억제 시험에 참여하겠다” 53.5% ‘생체 시계’를 발견한 미국 시무르 벤저 박사는 사람은 최고 12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이한 장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것을 추출해 배아나 신생아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이론상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게놈 해독으로 노화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돼 생명 연장이 가능해지는 것도 바이오 기술 덕분이다.
만약 노화 억제가 가능하게 됐을 때 임상시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도 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5%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고, 그 가운데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응답도 16.7%나 됐다.
노화 억제를 통해 생명 연장이 가능해졌을 때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분야로는 ‘가족 제도와 가족 관계’(68.6%)가 가장 많이 꼽혔고, 그 다음으로는 ‘경제’(14.0%), ‘문화 예술’(6.5%) 순이었다.
사실 바이오 시대는 장밋빛 일색이 아니다.
수명 연장이나 좀더 안락한 생활은 보장될지 모르지만, 이와 반대 방향의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번 조사 응답자들도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바이오 기술로 생명이 연장될 경우 그에 동반될 수 있는 인간 자체의 변화에 더 큰 우려를 표시했다.
생명 연장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으로 응답자의 13.5%는 ‘인간 존엄성의 상실과 생명경시 풍조’를 꼽았고, 다음으로 7.5%는 ‘사회질서 파괴와 혼란’, 6.1%는 ‘환경오염 심화와 생태계 파괴’를 꼽았다.
또 6.0%는 ‘도덕 가치관의 혼란’, 5.1%는 ‘권력과 부의 독점’, 4.2%는 ‘군사적 악용’ 등을 우려했다.
노화 억제를 통해 100년 이상 살게 됐을 때 현재의 배우자와 계속 살 것인지를 묻는 설문도 던졌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54%는 ‘지금의 배우자와 계속 살겠다’고 답했지만, 17.7%는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고 했다.
‘아예 혼자 살겠다’는 응답도 4.9%가 나왔다.
특히 같은 배우자와 계속 살겠다는 응답 비중이 남자는 61.2%인 데 비해 여자는 34.3%에 지나지 않아,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100년 이상 살게 됐을 때 한국서 계속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절반이 넘는 56.1%는 아니라고 응답했고, 계속 한국에 살겠다는 대답은 20.4%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여성의 62.0%는 한국에 살지 않겠다고 답했고,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한국에 살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대학생(59.7%)과 자영업자(58.5%), 화이트칼라(57.6) 순으로 한국에서 살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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