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첨단기술주] 무선인터넷, 조금만 더 기다리자
[첨단기술주] 무선인터넷, 조금만 더 기다리자
  • 신동녘(사이버IT애널리스트)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동기식은 죽어도 싫다고 버티던 이동통신 3사가 하나로통신의 기습적인 동기식 사업서 제출로 비동기 티켓 2장을 놓고 진검승부에 들어가게 생겼다.
정부에서 호락호락 하나로통신의 동기식 사업을 허락해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사업자 선정 때문에 IMT-2000과 관련된 모든 부분이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짓눌려 있는 형국이다.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무선인터넷도 그 틈에 같이 숨을 죽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무선인터넷 사업에 고무되었던 것은 일본의 독자적인 무선인터넷 i모드 성공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WAP이다 ME다 하면서 무선인터넷 표준을 놓고 논쟁하는 동안 NTT도코모라는 일본 회사는 i모드라는 독특한 표준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불과 6개월 만에 이용자가 7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무선인터넷은 과연 개발자나 투자자들 기대를 단기간에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정보통신의 발전법칙과 무선인터넷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 정보통신의 발전법칙은 한마디로 ‘더욱 쉽게 더욱 편리하게’였다.
물론 경제적으로 성취가 가능하여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도 어찌 보면 이를 충족시키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사람들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몸으로 때웠던 시간을 절감하고, 자료 분석에 더욱 많은 시간을 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 분야에서는 데이터 송신기술의 발달로 전화, TV, 음악감상, 게임 등과 같은 각종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하게 생겨난다.
교육(에듀케이션)과 유희(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편리함 역시 PC가 유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히 무선을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이것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무선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무선으로 더욱 편리하게 제공되려면 전송속도 외에도 하드웨어 부분에서 극복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문제가 무선인터넷 단말기로 등장하는 휴대전화의 입출력 시스템이다.
인터넷과 같은 양방향 통신 시스템의 핵심은 자신의 정보요구를 입력하는 시스템과 이를 구현하는 출력 시스템이다.
휴대전화의 입력 시스템은 숫자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속도가 무척 느리다.
일부 청소년은 분당 300타 이상을 친다고 하지만, 이는 맹렬히 연습한 결과다.
많은 사람이 이처럼 불편한 입력 시스템에 숙달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다.
게다가 출력 시스템으로서 휴대전화의 조그만 흑백 액정화면은 모니터의 컬러와 높은 해상도, 그리고 크기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자인식(OCR), 음성인식(SR) 입력 시스템과 홀로그램 등의 출력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는 아직 요원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료의 원활한 전송을 위해서는 PC의 하드디스크에 해당하는 플래시메모리 장착이 필수적인데 휴대전화에 이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3분짜리 음악파일을 MP3로 다운받기 위해서는 약 3메가바이트가 필요하다.
현재 시판되는 MP3플레이어에 32메가바이트 플래시메모리가 장착돼 20만원대에 시판되는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 장착이 휴대전화 단가를 크게 상승시킬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TV에서 보는 것과 같은 수준의 동영상을 위해서는 수백~수천메가바이트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현재의 무선인터넷 단말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현재 무선인터넷이 목표로 하는 서비스는 가장 초보적인 수준의 인터넷, 즉 문자 이메일 전송, 채팅, 증권 정보 등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Short Message Service) 차원에 머물러 있다.
쉽고 편리한 기능·낮은 가격 이루어져야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삐삐(페이저)와 휴대전화의 경우에 비춰보면 현재의 SMS 기반 무선인터넷이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삐삐의 경우 휴대전화에 비해 기능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었음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PCS 등장과 함께 휴대전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록 무선인터넷이 초보 수준의 인터넷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현재의 무선인터넷은 과거 삐삐 보급과 다르다.
삐삐가 보급될 무렵에는 휴대전화 보급이 미비했다.
휴대전화 이용요금이 비싸 일반인들 접근이 제한된 상태에서 삐삐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의 경우 대다수 이용자들이 이미 더욱 탁월한 기능의 유선인터넷을 경험했다.
단지 이동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이 불편하고, 이용료가 비싸며, 기능이 많지 않은 무선인터넷을 어느 정도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인터넷으로 발전은 기존 기능이 충족되는 수준에서 ‘선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해야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많은 기능이 제약된 상태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기술발전 법칙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무선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편리한 입출력 시스템과 메모리를 장착한 단말기가 저가에 공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선인터넷은 소수집단(전체 인구에 비해서)의 값비싼 유희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무선인터넷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킬러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 미국의 한 화장품회사에서 화장품을 만들었는데 이 화장품을 바른 사람에게는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발생했다.
이와 같이 애초 목적과 다른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이 산업 전반에 유용하게 이용될 때 이 효과를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