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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피라미드 판매방식 펀드 운용
[펀드인사이드] 피라미드 판매방식 펀드 운용
  • 최상길(제로인 펀드닥터부장)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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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피라미드 판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피라미드 판매란 한명이 여러명의 판매원을 거느리고, 이들 각자가 다시 여러명의 판매원을 하부에 두는 형태를 말한다.
상층부 판매원은 하부 조직원이 판매한 대가로 받는 보수 중 일부를 가져가므로 하부 판매원을 많이 거느릴수록 더 많은 수입을 챙길 수 있다.
피라미드 방식은 상부 판매원이 하부 판매원을 착취하는 구조이므로 결과적으로 뒤에 가입한 판매원이 손해를 본다.
펀드 운용에서도 피라미드 판매와 유사한 방법을 적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종종 있어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이 방식이 주로 적용되는 펀드는 일정한 목표수익률을 갖는 유형이다.

다단계 판매방식이 펀드 운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펀드 규모가 적기 때문에 통상 한명의 매니저가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한다.
대부분 매니저는 먼저 만들어진 펀드를 우선 상환(목표수익률 달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 펀드에서 매매한 주식을 시장 마감 후 각 펀드에 배정할 때 이익이 남는 주식을 먼저 만들어진 펀드에 배정한다.
후배 펀드가 선배 펀드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스폿 펀드를 운용할 때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매니저들도 있다.
이같은 편법은 주가 상승기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진행된다.
문제는 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때다.
전체 펀드 규모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은 고갈된다.
마지막에 남은 스폿 펀드들은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
피라미드 운용방식이 가능한 것은 펀드와 관련한 법규 때문이다.
계약형인 수익증권 펀드는 펀드 하나하나가 독립된 법인체가 아니므로 주식 등의 매매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운용사들은 자기 명의로 개설된 증권계좌를 통해 모든 펀드의 유가증권 매매를 하고 있다.
펀드의 주인은 각기 다르지만 운용은 마치 하나의 펀드처럼 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회사와 유사한 형태를 갖는 뮤추얼펀드는 다르다.
펀드 하나하나가 독립된 법인이므로 각기 다른 계좌를 통해 유가증권을 매매해야 한다.
따라서 뮤추얼펀드는 근본적으로 피라미드식 운용을 하기에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투신사들은 주식 매매를 팀별, 매니저별로 하되 매매한 결과를 펀드에 반영하는 작업을 독립된 부서에 맡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매니저들이 펀드별 주식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데다 동일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간 수익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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