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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핫툰네트워크 편집장 모해규
[나는프로] 핫툰네트워크 편집장 모해규
  • 이경숙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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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에 디지털 심폐소생술을!
그의 얼굴을 보니 대뜸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세상사엔 무연하다는 듯 껌뻑이는 두눈, 무겁게 달싹이는 입술…. 웃는 얼굴 만들기엔 이골이 난 <닷21> 사진기자조차도 그를 1초 이상 웃게 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신날 일이 없잖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기자들하고 인터뷰하는 것도 이젠 재미없어요. 신문같은 데 나가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언더에서 일하는 사람의 자격지심 같은 거죠, 뭐.”

단지 그뿐은 아닐 것이다 싶어 더 캐물으니 그제서야 털어놓는다.
유독 날씨가 흐린 날이면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뇌일혈 후유증이란다.


화끈 제1장. 꿈을 좇다 풍 맞다 96년 모해규(35) 편집장은 멀쩡하게 잘 나가던 광고대행사 디자이너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곤 94년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스스로 상업만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 물리쳤던 붓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해 6월 독립만화 잡지 <화끈> 첫호를 냈다.
만화가들은 원고료를 받는 게 아니라 제작비를 ‘내’고 만화를 실었다.
거기에다 편집, 출판, 판매에까지 작가들이 직접 나섰다.
만화가들은 대학가 서점마다 만화책들을 지고 달려갔다.
그렇게 찍은 5천부를 다 팔았지만 수중에 남는 돈은 없었다.
그는 내심 ‘매체로서 존립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제가 봐도 잡지가 조악했어요. 완성도도 떨어졌고, 돈이 될 만한 작품은 아니었죠.” 그는 3호를 편집하다 쓰러졌다.
흔히 뇌일혈이라고 불리는 ‘풍’을 맞은 것이다.
몸 오른쪽이 마비되어 꼬박 일년 동안 침대신세를 졌다.
그 사이 <화끈>은 8호를 마지막으로 휴간했다.
‘뭐든 화끈하게 해보자’는 장난스런 이름의 <화끈>은 독립만화가들의 창작혼을 채 불사르지 못하고 1년반 동안 잠들어 있어야 했다.
만화가들이 맘껏 뜻을 펼칠 한국 만화 기반은 점점 줄어들었다.
<드래곤볼> 같은 일본 잡지 만화를 연재하면서 일본처럼 잡지 위주의 생산구조가 되어버린 출판만화시장은 IMF 구제금융기의 불황과 일본 문화 개방의 물결에 휩쓸려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서울문화사, 대원출판 같은 덩치 큰 잡지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만화가 지망생은 물론 기성만화가들조차 작품을 발표할 지면을 구하지 못했다.
그도 일러스트레이터, 만화학원 강사,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로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삶을 버텼다.
화끈 제2장. “이거닷! 디지털이닷!” 뜻하지 않은 곳에서 빛이 비쳤다.
인터넷이었다.
제작과 유통에 물류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인터넷은 독립만화를 꿈꾸는 <화끈> 멤버들에게 신천지와 다름 없었다.
99년 7월 <화끈>은 핫툰네트워크 www.hottoon.net 로 거듭났다.
다시 만화가들이 모여들었다.
핫툰네트워크는 <화끈>에 실렸던 만화들을 스캔받아 올리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플래시 동영상을 이용한 만화, PC 모니터에 맞는 화면비율의 만화 등 새로운 형태를 속속 선보였다.
“만화를 스캔해서 올려놓는 것은 그저 만화 콘텐츠일 뿐이에요. 사진을 스캐닝해서 배경으로 쓴다든가 포토샵에서 만화를 그린다고 해서 디지털 만화는 아니죠. 쌍방향이란 성격을 가져야 디지털 만화입니다.
디지털 만화는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장르입니다.
연극과 무비카메라가 영화라는 장르를 낳은 것처럼.” 만화가 인터넷 콘텐츠로 조명을 받으면서부터 자본을 대겠다, 제작비를 대겠다는 제의가 여러 군데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돈을 받으면 그만큼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 번번이 손을 내저었다.
오프라인에서 못한 것을 웹에서 하려고 하는데 시작부터 상업 자본을 끌어들이면 작가적 상상력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데 핫툰 식구들은 동의했다.
지난 여름 디지털 콘텐츠 업체 디지털네가와 손잡고 잡지를 두번 발간했지만 ‘동거’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과 독립만화 정신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았다.
핫툰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화끈 3장. 조심조심, 천천히, 오래오래 “상업적이라는 것은 독자들이 그만큼 많이 찾는다는 것을 뜻하죠. 우리 사이트의 일주일 페이지뷰가 4만, 5만회에 이르긴 해도 아직 상업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돈을 끌어들여 작품이 더 커나갈 가능성을 거세하기보다는 핫툰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 그는 도무지 급할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원체 밑바닥이 언더 아니었던가. ‘일본 만화풍=상업성’이란 등식의 우리 만화시장에서 만화가들이 자기만의 창작욕을 발산할 기반, 한국 만화의 상업성 혹은 작품성을 키워나가는 밑바닥 말이다.
그리고 디지털과 인터넷은 그 밑바닥을 넓히기에는 꽤 괜찮은 토양이다.
“온라인은 접근경로가 많아서 자본에 한꺼번에 잠식되진 않을 거예요. 적어도 오프라인 출판만화처럼은 안되겠죠.” 그제서야 그의 굳은 얼굴에 미소가 스친다.
아하, 우리 만화의 꿈들이 어딨는가 했더니 핫툰의 겨드랑이 밑에서 자라고 있었구나. *추천사이트 fodo.hihome.com 플래시로 만든 플래시 강좌 yawoong.com 초보자나 아마추어에게 유용한 플래시 포털 flash.book.re.kr 조금더 전문적인 플래시 종합 사이트 n4.co.kr 만화 포털 사이트 *추천 만화교육기관 한겨레 출판만화전문학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출판만화전문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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