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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호흡하는 네트워크 파워(다케무라 신이치)
[지식창고] 호흡하는 네트워크 파워(다케무라 신이치)
  • 곽해선(SIM컨설팅)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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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인터넷, 고동치는 네트워크
인터넷 웹사이트 ‘센서리움’(호흡하는 지구) www.sensorium.org/breathingearth 에 들어가면 크고 작은 거품을 곳곳에서 뿜어내는 지구 그림을 볼 수 있다.
방문자가 해당 웹사이트를 보는 시점을 기준으로 2주 동안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발생 상황을 지구 표면에 떠오르는 거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일본 도호쿠 예술공과대학 조교수로 있는 다케무라 신이치 등이 98년 국제 전자예술제에 출품한 작품이다.

미국 연구기관인 국제데이터센터는 몇월, 며칠, 몇분, 몇초에 어떤 위도와 경도를 진원지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관측됐다는 지구촌 정보를 매일 웹사이트에 올린다.
이 페이지를 본 다케무라 팀은 해당 연구소의 정보 규모에 감동했다.
하지만 숫자만 나열하는 식의 정보는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다케무라는 세계 각지의 지진 상황을 지도 위에 그림으로 나타내 만화나 고속 텔레비전 화면으로 만들면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는 웹 페이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숫자만 나열하는 건조한 사이트는 싫어 다케무라 팀은 국제데이터센터에서 매일 두번씩 입수하는 지진정보를 바탕으로 최신 지진 동화상을 만들어내는 자동 프로그램과 웹 페이지를 개발했다.
다케무라 교수를 비롯해 지구물리학자, 아트디렉터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사이트 개발 팀에 합류해 이룩한 성과였다.
다케무라 교수는 ‘센서리움’ 개발 참가 경험을 토대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해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호흡하는 네트워크 파워>(다케무라 신이치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를 내놓았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인간 위주의 새로운 사회 경제 시스템을 창조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비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인류가 오늘날 인터넷의 도움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전지구적 규모의 정보를 손에 넣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오늘날 세계 각지의 지진학자나 관련 연구기관들은 지구 곳곳의 기온, 해면 온도, 풍향, 해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구의 상태나 변화에 대한 정보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인터넷을 통해 교류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방대한 지구 규모의 신경계를 구성하고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방대한 정보자원이 전문가들만의 언어와 데이터로 나열돼 있어 일반인에게는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진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일종의 정보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인이나 어린이들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이고 역동적인 표현으로 바꿔 전달할 필요가 있다.
웹 페이지 ‘센서리움’과 여기에 동원된 프로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구 규모의 복잡한 지진 신경계를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창’(窓)을 만들려는 시도였다.
이 ‘창’을 통해 사람들은 지구와 환경에 대한 감성을 바꿔나가므로 ‘센서리움’ 같은 제작물은 인간을 위한 소프트웨어, 곧 감성웨어(Senseware)에 속한다.
다케무라는 인터넷 기술과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창 역할을 하는 감성웨어로서 개발되고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터넷의 의미는 지금까지 인쇄매체나 TV 같은 미디어가 해오던 일을 통신 속도와 화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기능적 편리함을 추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문명론적 경험을 구체적 형태로 창출해가야 한다.
인터넷을 매개로 새로운 사회를 설계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 주장이다.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다케무라의 이런 차세대 사회 설계(Social Design) 개념에 따르면 현실에서 곧잘 상충되는 생태환경 논리와 경제 논리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가정의 전력 소비 상태를 전력 요금으로 환산해 가정의 PC에 제공하면 전력 소비 정보를 접하는 소비자들 스스로 낭비를 줄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각 개인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따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따로 강요하거나 권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절약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인터넷으로 어떻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을 활용해 인간을 존중하는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할 가능성을 찾는 이들도 있다.
다케무라의 <호흡하는 네트워크 파워>는 후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앞서 가는 데 필요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넘치는 게 이 책의 또하나의 매력이다.
Page 58 현대는 새로운 저장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열쇠는 제각기 천차만별인 소비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동적인 감성정보시스템이다.
전체를 가시화, 공유화하여 그것으로 각 개인을 관계의 주체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함으로써 자신과 사회 모두가 이익을 얻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Page 96 정보화사회란 모든 개인이 주체적인 정보의 생산자이자 제공자로서 자립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서로가 타인을 통해 각자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Page 210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가 되는 시대이기에 더욱 하나로 통합될 수 없는 개개인이나 지역간의 풍요로운 이화감(異化感)에 눈을 돌리게 하고 싶다.
언어나 가치관이 글로벌하게 표준화, 일체화되는 시대야말로 생명이나 사회의 다양성, 다양한 세계에 대한 감각이 새삼 부각되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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