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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게임 비즈니스는 아무나 하나
[DOT칼럼] 게임 비즈니스는 아무나 하나
  • 유형오(게임브릿지 대표)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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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심취한 게이머들치고 한번쯤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임을 전혀 모르지만 비즈니스에 뛰어들고픈 유혹을 받은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게임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게임회사에 투자하거나 직접 창업하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게임은 이제 대다수 청소년들이 향유하는 상품이자 문화로 자리잡았다.
과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기성세대들과 달리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을 즐기고 자녀들에게 게임을 권할 것이다.
게임 시장은 계속 팽창할 것이고 게임회사도 늘어날 것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등록한 게임업체 수는 9월 말 현재 제작업 448개, 배급(유통)업 224개 등 모두 672개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 536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창업 붐이라고 할 만하다.
미등록 업체까지 더하면 최소한 1천곳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사업은 몇몇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해 서너대의 컴퓨터만 갖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의욕만으로 게임시장에 진출하는 시대는 지났다.
투자 유치나 일시적인 횡재를 바라고 창업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하나만 ‘대박’을 터트리면 누구나 정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과, 만들고 싶은 게임만 만들면 된다는 자족적인 열정만으로 뛰어들기에는 국내 게임업계가 급속히 산업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날 준비부터 하고 뛰어들어라 게임이 산업화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며, 생산과 마케팅을 위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있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시스템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화상품 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됨으로써 국내 게임산업 역시 세계 체제 속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
이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안방에서조차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은 출판,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마찬가지로 흥행 비즈니스이다.
연간 수천, 수만개의 신작이 나와도 히트작은 고작 몇개에 그친다.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참여한 업체들이 골고루 혜택을 나눠먹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흥행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이제 게임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2, 3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1억원 정도만 투입해도 대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1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온라인게임은 서비스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는 데 개발비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개발자 인건비도 30∼50%나 올랐고 자금력이 튼튼한 업체는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케팅을 위해서는 국내외 게임전시회에도 나가야 하고 홍보도 해야 한다.
불법복제나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도 해둬야 한다.
최근에는 외국 게임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겨냥해 포문을 돌리고 있다.
게임 사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아이디어 의존도가 높다고 하지만 이제는 자금력이 없이는 장기적인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호전되고 게임인구도 날로 늘어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지만, 게임 벤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두운 그림자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게임사업을 즉흥적으로 시작할 수 없다.
시작하기 전에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
스스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기 어렵다면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게임 사업은 게임만큼 매력적이다.
그러나 매력만 보고 뛰어들기엔 너무나 많은 도전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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