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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경제의 주역 50인에게 배운다> 데스 디어러브/이비즈니스
[서평] <신경제의 주역 50인에게 배운다> 데스 디어러브/이비즈니스
  • 박규호 연구기자
  • 승인 2001.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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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든 세상, 어쩌면 혁명
급격한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대응이 격변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격변기에 사람들은 변화의 속도와 폭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 양태를 추적하는 데 온갖 신경을 동원한다.
변화의 속도와 폭에 대한 가늠에 많은 신경을 쓰며 그에 기초한 자신만의 전략을 부단히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 역시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당사자 역시 변화와 그에 따른 부산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변화의 방향과 폭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은 그만큼 더욱 어려워진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지칠 줄 모르고 진행되었던 정보통신 부문의 급격한 팽창은 최근 들어 우리가 경험했던 가장 강력한 변화였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미국 경제의 장기간 호황과 함께 미국 주도로 진행되었던 이러한 팽창이 2000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의 불황 진입으로 한풀 꺾인 듯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변화에 대한 해석을 훨씬 더 버겁게 만들면서 많은 비관론자들을 만들어내는 등 훨씬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50인의 무한도전이 일군 것 이런 상황에서 두가지 고전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에서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해 그 내용과 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전자의 이야기에 대한 하나의 접근방식이 <신경제의 주역 50인에게 배운다>의 배경을 구성한다.
웹을 만들어낸 과학자, 벤처자본과 벤처기업을 만들어내고 일구어낸 사업가,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전통적인 사업방식과 사고방식에 도전하면서 이단이란 딱지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 변화에 적당히 저항하면서도 또한 변화를 적당히 활용해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들, 새로운 과학기술이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란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하는 인물들, 끊임없이 기록하여 기억을 상기시키고 기록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확산시키는 기록자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어내는 연금술사와 같은 사업기획자 등이 정보통신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변화의 중심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을 중심으로 변화를 바라보자는 거다.
이런 접근방식이 놓치는 부분은 그것이 가능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과 변화의 원동력에 대한 꼼꼼한 천착이다.
변화에 대해 그 내용과 폭을 해석할 때 철도, 전화, 자동차, 전기설비가 등장하던 당시 변화와 비교하고 그 변화를 주도한 주역들의 전략에서 유사성을 발견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세기를 장식한 일련의 변화들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차별적인 영향력이 깊숙이 탐구되지 못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여전히 갖고 있는 접근방식이다.
책을 장식하는 50인의 인물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기회와 도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되었다.
간단히 거칠게 구분해서 크게 기술개발을 주도한 인물군,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도적인 기업을 일군 인물군, 비즈니스 측면에서 주도적인 기업을 일군 인물군, 그리고 이론이나 아이디어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군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기술개발을 주도한 인물군에는 넷스케이프의 설립자인 마크 안드리센,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을 이끈 팀 버너스-리, TCP/IP 프로토콜을 만든 빈트 서프, 인터넷 도메인 이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 포스텔, 리눅스의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 등이 활약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도적인 기업을 일군 인물군으로는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EMC의 리처드 이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콧 맥닐리와 제임스 고슬링, 인텔의 앤디 그로브, 애플 퓨터의 스티브 잡스 등이 거론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주도적인 기업을 일군 인물군에서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AOL의 스티브케이스, 야후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 더블클릭의 케빈 오코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제이 워커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나 정보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군에서는 신경제의 가능성을 활발하게 연구한 조지 길더, 퍼미션 마케팅을 확산시킨 제스 고딘, 가장 저명한 정보통신 매체인 레드헤링을 만든 토니 퍼킨스와 크리스 알덴, 와이어드를 만든 루이스 로제토 등이 주목할 만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책을 통해 정보통신 혁명이란 변화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여전히 활약중인 인물에 대한 소개나 논평은 그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와중에 시도되는 이러한 묘사는 그만큼 정보통신 혁명이 급격하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투명성 제고를 기대하며 국내에서는 어떨까. 국내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주도권이 국내에 없다는 점이 핵심적이다.
그렇지만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은 인물에 대한 객관적 사실의 파악은 해당 인물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담보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정보통신 기업을 이끄는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가 효과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를 어렵게 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은 투명한 기업지배 구조와도 관련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단지 해당 기업의 투자자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전략과 행태로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그렇다.
또한 해당 인물이 한분야에서 오랫동안 해온 노력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영향력 제고를 가능하게 한다.
묵묵히 정보통신 부문의 발전과 성장을 주도해가고 그 주역기업을 일구어가는 모습을 기다리면서 대중스타가 아닌 진정한 주역이 의미를 갖는 시기를 기대해본다.
데스 디어러브·스티븐 쿠머 지음, 한기찬 옮김, 이비즈니스 펴냄, 1만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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