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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벼랑끝 닷컴 “월동준비 이상 무!”
[e비지니스] 벼랑끝 닷컴 “월동준비 이상 무!”
  • 한정희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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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자금과 수익성이 ‘옥석’ 명암 갈라…내실화 전략, 인원감축, M&A 등 대방안도 가지가지
최근 경기상황을 두고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스닥시장 주가하락과 이에 따른 자금경색이 닷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진단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정현준 게이트’와 뒤이은 현대건설 자금난, 대우자동차 최종부도에 이르기까지 한달여 동안의 경기쇼크는 가뜩이나 목마른 닷컴들을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조용한 듯하지만 닷컴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에 이미 돌입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탈출구를 찾고 있을까.


선두그룹 “위기는 기회다” 정현준 게이트는 그동안 수익모델 부재로 궁지에 몰린 닷컴들 입지를 더욱 좁혀놓았다.
더욱이 검은 돈과 권력의 유착은 벤처의 ‘모럴’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닷컴들은 벤처정신의 건강한 이미지마저 실추된 현실을 하나같이 난감해한다.
하지만 다수 건강한 닷컴들이 도매급으로 폄하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린다.
닷컴들은 대외적으로는 지금 위기가 벤처기업들의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란 ‘명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옥’이 될 것인지는 선뜻 자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대부분 벤처들에게는 희망사항으로만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위기를 탈출하는 닷컴 전략은 유동자금 규모와 수익성에 따라 다르다.
닷컴의 선두그룹은 대부분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 적극적인 경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경매업체인 옥션은 10월 초 직원단합대회를 열었다.
이금룡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이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선언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전 직원의 출근시간을 8시로 한시간이나 앞당겼다.
또 6월 말 이후 중단했던 광고를 10월부터 재개했다.
옥션이 위기를 기회라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최근 주가 안정과 막대한 현금보유력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경매업체인 이베이와 M&A설이 주가 안정세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옥션 최상기 홍보팀장은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하고 있으며 내부 분위기도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옥션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800억원 정도다.
투자가 얼어붙자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메리트’가 된 셈이다.
자금은 M&A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옥션은 M&A를 포함해 이를 활용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선두 포털 업체답게 “특별히 위기상황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업도 계획했던 대로 추진중이다.
3분기 광고매출이 소폭이나마 상승해 몸이 가볍다.
홍보팀 이수진씨는 “경기가 안 좋아 광고시장이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상위업체들의 온라인 광고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다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3분기 광고마케팅에 30억원을 썼다.
다음은 3분기의 공격적 마케팅에 이어 4분기에는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업무추진 과정에서 80% 정도는 팀장급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단축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는 주가가 약세를 띠면서 외부에서 우려의 눈길을 받아왔다.
내부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투명한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그런 의지를 반영해 최근 3분기 실적도 앞당겨 발표했다.
앞으로는 매달 실적을 IR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전에는 직원들 급여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인터파크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높은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예린 홍보팀장은 “인력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주요 인력 유출을 막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연봉을 상·하반기 두번에 걸쳐 조정해 간접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효과를 볼 생각이다.
대신 광고비와 경상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진행중이다.
상반기 마케팅 비용 가운데 51%를 차지한 광고비를 3분기에는 36%로, 4분기에는 4% 이하로 줄일 예정이다.
또 체계적인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예산상한선을 정하고 이 한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등 경상비 지출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인원감축하는 중견업체 늘어 자금여력이 없는 중견업체들은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을 통해 생존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들어 중견기업들 중에는 인원감축을 통해 살아남기를 시도하는 업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인 온앤오프는 120여명 중 절반 이상을 감원했고, 화장품 전자상거래 업체인 코스메틱랜드도 몸집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자상거래업체인 메타랜드도 8월부터 9월에 걸쳐 30여명을 줄이고, 사업 부문도 쇼핑몰과 마일리지 부분만 남겼다.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하는 코네스도 인터넷 사이트와 교육사업본부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전체 인원의 23%를 감원했다.
뉴스 서비스 업체인 타운뉴스는 최근 절반이 넘는 75명을 내보냈다.
이렇듯 중견업체들에 감원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선두그룹이라 할 수 있는 삼성몰도 200여명 중 100명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몰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0여명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삼성몰 내부에 특화되어 있던 여행, 경매, 두밥, 서적 분야 등을 분사하면서 인원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몰 적자가 커지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부 구조조정과 더불어 다수 닷컴기업들이 위기상황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M&A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도 최근 추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10월18일부터 30일까지 180개 벤처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4.7%가 “사업을 매도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회사 전체를 매도하겠다는 기업도 16.3%에 달했다.
매도 의사가 있는 기업들 가운데 외부 전문기관이나 해당 업체에 직접 의사를 타진해본 기업은 8.5%였다.
김성호 기획홍보팀장은 “M&A에 대한 적극적 의사가 있으나 법적 문제의 복잡성, 투명한 정보 부족, 가치평가 기준 부재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실제 공개석상에서는 아니지만 물밑으로는 M&A를 위한 교섭들이 활발하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새롬기술과 네띠앙 합병 문제도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업체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합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김 팀장은 “CEO들 모임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비공식적 자리에서 M&A를 위한 브로커를 소개해달라는 주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서로 합병을 원하는 업체들끼리는 바로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유치 설명회에도 적잖은 중견업체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주최하는 투자박람회는 지금까지 세차례 열렸는데, 매번 60~70여개 업체들이 참가신청을 해오고 있다.
그 중에는 제법 알려진 중견 닷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장기적인 펀드조성과 정책 지원해야 위기에 직면한 닷컴기업들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산업 밸런스’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시장은 솔루션 장비업체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반면 정작 대중을 상대로 한 서비스 업체들은 시장을 활성화시킨 대가를 챙기지 못하고 자생력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성호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솔루션 강국이지 인터넷 강국은 아니다”라며 “무방비하게 너무 시장논리에만 맡기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인터넷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틀이라면, 지금부터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펀드 조성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닷컴기업들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했다.
남은 하반기엔 더 많은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M&A를 위한 물밑접촉에 나설 전망이다.
옥이 되느냐 석으로 남느냐 하는 사활 건 투쟁 앞에 닷컴들의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혹독하다.
미국, 감원태풍이 능사가 아니다
인터넷 선진국 미국에도 닷컴기업들 감원 회오리는 거세다.
미국 취업알선 기업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가 총 274개 닷컴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9년 12월 이후부터 올해 10월20일까지 미국 닷컴기업의 감원 인원은 총 2만2267명에 이른다.
특히 9월25일부터 약 한 달간의 감원은 5천677명으로, 월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16%는 아예 문을 닫았다.
감원이란 고육책을 선택한 닷컴들 중에는 비교적 선두업체로 꼽을 만한 곳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알타비스타도 검색 중심으로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직원의 25%를 솎아냈다.
11월6일에는 미국의 온라인 가구소매업체인 퍼니처닷컴이 문을 닫았고, 7일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 애완동물용 상품 소매업체인 페트닷컴도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320명의 직원 중에서 255명을 감원한 것이다.
이어 8일에는 세계적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도 고급예술품 경매 사업부인 퍼터필드 옥션 하우스의 임직원 가운데 15%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닷컴들 위기는 99년 말부터 감지되었지만 본격적 위기는 올 4월 주가폭락과 함께 찾아왔다.
닷컴들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비례해 늘어나는 손실에 주식시장과 벤처캐피털이 추가자금 수혈을 대폭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시 많은 닷컴들 주가를 한자릿수로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던 많은 닷컴들은 잇따라 기업공개 계획을 포기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리서치 회사 웹머저스 Webmergers.com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5개 가량의 닷컴이 기업공개 계획을 철수했다.
그러나 웹머저스의 회장 팀 밀러는 감원이나 해고가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기업들은 최종 타깃을 소비자들보다는 기업고객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고 조언했다.
가트너그룹 분석가인 마이크 제럴드도 직원들을 무조건 감원하는 것보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긍정적인 기업문화를 위해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감원 중심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지적에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닷컴들 감원바람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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