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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2의 종교개혁을 꿈꾼다
1. 제2의 종교개혁을 꿈꾼다
  • 이용인
  • 승인 200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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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교회, 평신도 중심으로 ‘권력이동’…재정적인 문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고대 수메리아 사람들이 진흙판에 새겨넣은 종교문서, 유대인들이 파피루스에 새긴 구약성서, 양피지에 새긴 중세의 성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찍은 신약, 1926년 프랑스 신부 쿠긴의 첫 라디오 예배, 1952년 쉐인 주교의 첫 텔레비전 예배….” 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종교사에 굵직굵직한 획을 그어왔다.
때론 기존 종교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고, 때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처럼 종교를 뿌리채 뒤흔들어놓기도 했다.
종교인들은 이제 20세기 말에 등장한, 인터넷이란 또하나의 ‘기술 화두’를 놓고 씨름한다.

인터넷을 종교와 접목시키려는 가장 적극적인 시도로는 ‘사이버 교회’를 꼽을 수 있다.
지난 99년 12월 김성윤(39) 목사가 처음으로 문을 연 ‘사이버 교회’는 모든 예배를 인터넷 공간에서만 진행한다.
‘평화의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인터넷교회’(아래부터 ‘인터넷교회’) www.internetchurch21.com라는 긴 이름의 사이버 교회를 만들 때만 해도 희뿌연 안갯속을 항해하는 느낌이었단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인터넷교회는 종교개혁”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존 지역 위주의 교회가 안고 있던, 성장주의와 물량주의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예배실 클릭하고, 헌금은 계좌이체 인터넷교회의 사이버 예배 순서는 일반 교회의 예배와 그리 다를 게 없다.
별도의 창으로 만들어진 예배실을 클릭하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화면이 뜬다.
이어 묵도와 찬송가, 교독문, 신앙고백, 기도, 설교, 찬송가, 헌금, 광고, 묵도의 순서로 예배를 볼 수 있다.
찬송가 순서에서는 사운드카드로 반주가 나오고, 슬라이드 텍스트를 읽으며 동영상으로 설교를 들을 수 있다.
헌금은 교회 은행계좌로 계좌이체를 시키거나 지로용지를 통해 보내면 그만이다.
인터넷교회의 160여명 신자들은 꽤나 이력이 다양한 편이다.
무엇보다 공간을 뛰어넘는 인터넷의 특성답게 미국에서 식당업을 하는 아주머니, 중국에 장기파견 근무를 나간 회사원 등 해외에 살고 있는 신도들이 10여명에 이른다.
물론 몸을 움직이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도 신자로 등록했다.
기존 교회에 상처받고 인터넷교회에 둥지를 튼 신자들도 10% 정도에 이른다.
가톨릭 집안으로 시집을 간 한 여성신도는 ‘몰래’ 인터넷교회에 들어와 사이버 예배를 보기도 한단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교회와 사이버 교회에 같이 몸담고 있는 신도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독립적인 교회로 서기엔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이다.
사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면 인터넷교회에 들어갔을 때 그다지 색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종교 포털사이트나 종교 커뮤니티 사이트의 하나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교회는 일반적인 기독교 사이트들과 서 있는 바탕이 다르다.
하나님과의 만남인 ‘성스러운’ 예배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예배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예배자가 만나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굳이 예배를 형식적인 틀이나 공간 속에 가둬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종교개혁의 정신이었던 ‘만인 제사장주의’를 다시 끄집어내는 데는 교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그는 교회 예배가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구약적’인 예배 틀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한다.
성직자와 신자가 엄격히 분리되고, 신도들은 예배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인터넷 예배에선 자신이 집례자가 돼 예배 순서를 스스로 진행한다.
평신도가 하나님과 직접 교감하는 ‘목회자’가 되는 셈이다.
목회자 절대권력 부정하는 ‘평신도 중심주의’ 김 목사는 지금 상황이 중세시대 종교개혁 당시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중세시대만 해도 성경은 목사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으로 모든 신자들이 성경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중세 교회의 권위가 기술의 발전으로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예배를 볼 수 있는 사이버 교회는 당회장 중심의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목회자의 절대 권력에 대한 또다른 도전인 셈이다.
서울과 분당 지역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며 잠시 ‘편안한’ 목회활동을 하던 그가 인터넷교회의 개척자로 나선 것도 이런 신념 때문이다.
‘평신도 중심의 교회’라는 기치를 들고나온 그의 신념은 인터넷교회 운영방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터넷교회는 평신도 1명과 4명의 목사가 ‘팀 목회’를 통해 꾸려간다.
5명의 동역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다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평신도로 참여하고 있는 전영철 우석대 명예교수는 한달에 한번 인터넷을 통해 설교를 한다.
인터넷교회의 정신에서 보면 굳이 정식교육을 받은 목사만이 설교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교회를 보는 교단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예배는 매주 일요일 아침 신도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과 만나는 의식”이라는 게 기존 교단의 반론이다.
인터넷교회는 매주 일요일 정기적으로 만나지도 않고, 신도들이 함께 모이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예배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목사와 직접 만나지 않고 영성을 체험하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사이버 교회에 대한 비판을 거들고 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인터넷교회가 정보문명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타면서도 기독교적 정체성은 유지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금까지는 목회 활동이 직접 만나는 ‘대면 커뮤니케이션’ 위주였다.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한두번도 제대로 목회자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대화방이나 게시판을 통하면 목사와 신도, 또는 신도들끼리의 만남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세명의 신도가 모이면 그곳이 교회다”라는 성경 구절은 채팅방이나 게시판에도 다를 바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도 커뮤니티를 통해 교회의 공동체 정신을 간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목사의 설교를 직접 듣거나 축도를 받아야만 신앙심(영성)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김 목사가 보기엔 그리 대단한 반론이 아니다.
지금도 간혹 라디오 예배나 위성을 통한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교회는 지방 교회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놓고 일요일 아침 멀티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당회장 목사가 직접 예배를 이끈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예배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파워포인트 따위의 멀티미디어를 동원한 대형 교회의 예배는 되레 신앙심을 억지로 짜내려는 ‘연출’일 수도 있다.
변덕스런 네티즌들, 어떻게 묶을까 인터넷교회에 대해 김 목사의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신도들 대부분이 네티즌들의 심리와 닮은점이 많다.
인터넷교회에 들렀다가도 뭔가 색다른 느낌이 없으면 ‘가차없이’ 발길을 돌려버린다.
한달 헌금액이 20만-30만원 안팎으로 재정자립도 역시 허약하다.
게다가 신도들이 인터넷의 또다른 양면성인 편리함과 익명성 때문에 사이버 교회를 찾기도 한다.
그가 지역이나 계층별로 묶어놓은 벤처인셀, 주부셀, 청소년셀 등 커뮤니티 그룹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인터넷교회를 위해 그는 오늘도 기도한다.
사이버교회와 지역교회의 행복한 만남
김성윤 목사는 ‘평화의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인터넷교회’의 담임목사이자 서울 금천구 시흥2동에 자리잡은 신도 20여명의 조그마한 개척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인터넷교회를 세우면서 그에겐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교회의 정체성이 고민거리였다.
인터넷교회가 있는데 굳이 지역교회가 필요한 것일까. 사실 인터넷교회를 운영하는 팀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지역교회 문제로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일부에선 지역교회 없이 ‘사이버 교회’만으로도 완벽한 예배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86년부터 PC통신을 시작한 컴퓨터 마니아인 그도 성만찬만큼은 마음에 걸렸다.
사이버 공간에선 바로 예수의 피(포도주)와 육체(밀떡)를 나눠먹으며 예수의 고난을 되새기는 ‘성만찬’을 치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신대를 졸업하고 92년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쪽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그로서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의례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4월 부활절날 인터넷교회 신자 30여명과 함께 평화의 교회에서 성만찬을 치렀다.
지역교회는 성만찬뿐 아니라 인터넷교회의 사회봉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지역이나 사회봉사를 위한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교회와 인터넷교회가 함께 네트워크로 어우러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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