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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경제] 팜, 진퇴양난 1위 고수 ‘아슬’
[해외경제] 팜, 진퇴양난 1위 고수 ‘아슬’
  • 최욱 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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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하락·재고 급증·유동성 악화까지… 윈도CE 장착한 컴팩, 도전자로 급부상
개인휴대단말기(PDA)의 대명사 ‘팜’(Palm).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잘 나가던 PDA 업계에서 독보적 존재로 군림했던 팜이 급전직하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이 곤두박질하면서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던 업계 1위 지위가 위협받고 있고,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경기는 좀체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경쟁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온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상의 판단 착오로 신제품 출시 시기를 놓쳐 재고가 쌓여만 간다.
팜의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전년 동기의 3억5030만달러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1억6530만달러에 그쳤고, 주당 손실은 16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과 팜 자체의 전망치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긴 하지만 절반 이상 줄어든 매출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팜은 4분기 재고비용이 3억달러였다면서, 앞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팜의 이런 급속한 ‘몰락’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 5년간 PDA 시장의 전체 출하량은 1300만대였는데 그 가운데 4분의 3을 팜이 도맡았다.
팜은 경쟁업체인 핸드스프링, 소니, 노키아 등에 자사의 운영체제(OS) 사용권까지 제공하며, 다른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남의 일인 양 구경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가격인하로 수익성 떨어져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를 얕잡아본 게 화근이었다.
5분기 연속 세자릿수의 출하대수 증가율을 즐기던 팜은 경기침체가 지금처럼 지속될 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팜은 경기침체 징후를 무시하고 오히려 수요급증을 예상해, 지난해 11월 생산을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 1월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팜 제품의 판매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팜은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기술사용료를 내면서 팜의 OS를 사용하고 있는 핸드스프링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CE’를 OS로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 회사인 NPD인텔렉트에 따르면 불과 1년 사이에 윈도우CE 기반 PDA의 고가제품 시장점유율이 2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350달러 이상의 고가제품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리며 독주하던 팜에게는 치명타인 셈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는 업체는 컴팩이다.
컴팩의 PDA인 아이팩(iPaq)은 윈도우CE를 장착, 팜의 제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 기업용 PDA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팜은 그동안 매출의 40%를 기업용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시장조사 회사인 가트너그룹의 데이터퀘스트는 지난주 “출하량에서 팜이 컴팩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전망해, PDA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데이터퀘스트는 “2분기에 팜이 출하량에서는 1위를 고수하겠지만, 매출에서는 컴팩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퀘스트는 팜이 같은 기간 1억3000만~1억3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컴팩의 1억5000만달러에 못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팜은 같은 기간 1억653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데이터퀘스트의 전망을 뒤집었으나, 그런 전망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격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고민거리다.
팜은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가격인하를 통한 매출확대로 만회한다는 전략 아래 경쟁적인 가격인하 작전에 돌입했다.
경쟁업체인 핸드스프링이 ‘바이저 딜럭스’(Visor Delux) 모델 가격을 249달러에서 199달러로 낮추자 팜 역시 자사 ‘VIIx’ 모델 가격을 299달러에서 199달러로 대폭 인하했다.
분석가들은 “가격경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 더해 또다른 시련도 겹치고 있다.
내부문제가 만만치 않다.
팜은 애초 올해 3월까지 신형 ‘m500’와 ‘m505’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품상 결함으로 출시가 연기되면서 신모델 출시 이전에 처리했어야 할 기존 제품의 재고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금유동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초만 해도 7억달러를 넘었던 팜의 현금 보유액이 오는 11월에는 1억달러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팜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본사 부지로 매입했던 땅을 매각해 2억3800만달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이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팜의 주디 브러너 CFO(최고재무경영자)는 “현재의 시장상황과 팜의 내외 문제들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에서 추가적인 자금조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현금조달 계획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팜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익스텐디드 시스템스(Extended Systems)를 인수한다는 계획도 포기했다.
지난 3월 팜은 핵심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용 모바일 인프라 기기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겨냥해, 익스텐디드의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향후 팜의 미래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인수계획이었다.
경쟁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이 시장 확보를 위해 신기술 개발에 3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팜이 이 인수계획을 포기함으로써 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들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네프 분석가는 “이번 인수 포기로 팜이 기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제품 출시로 경쟁력 확보 시급 그러나 이처럼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린 팜에게 위로가 되는 소식도 있다.
다름아닌 PDA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이다.
가트너그룹의 마이크 맥과이어 분석가는 “비록 지금은 PDA 시장이 바닥세에 있지만 곧 급속히 호전되면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PDA 시장은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NPD에 따르면 올해 3월 PDA 소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PD의 스티브 코닝 분석가는 “4월 이후 시작된 본격 가격인하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팜의 자체 전망은 어두워도 시장 전체가 커지면서 팜에게도 회생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PDA 시장이 예전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대폭 줄어든 기업들의 IT 예산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기업들에게 PDA가 단순한 개인정보 관리 기기 차원을 떠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주요 도구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게다가 휴대전화와 PDA가 결합하고 있는 추세에서 소비자들에게 좀더 특화된 전략으로 PDA를 선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시장 활성화의 대전제가 충족돼 PDA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다 하더라도 팜으로서는 저절로 떨어지는 파이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겨진 1위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매출과 순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 회복되기만을 손놓고 기다릴 순 없기 때문이다.
가트너그룹은 팜이 우선 취해야 할 조처로, 새로운 OS에 기반한 PDA 출시를 앞당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을 통해 컴팩의 아이팩에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기기를 출시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팜은 이제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시장조사 회사의 업계 순위 전망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
그동안 태연하게 경쟁업체들의 도전을 즐기던 자세에서 적극적인 응전의 자세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팜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업계의 진리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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