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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무선 바이러스 공습, 어찌하오리까
[독일] 무선 바이러스 공습, 어찌하오리까
  • 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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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바람 타고 PDA와 WAP 휴대전화 바이러스 등장…컴퓨터 바이러스는 ‘맛뵈기’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냉장고 문이 열려 있다.
냉동칸은 녹아내리고 냉장칸은 엉망이다.
10살짜리 아들을 꾸짖는다.
간밤에 초콜릿을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지? 아들은 강하게 부인한다.
그렇다고 문을 열 수 없는 고양이가 그랬을 리도 만무하다.
슈미트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얼마 전에 구입한 최신형 냉장고가 제조업체의 선전처럼 똑똑하지 않거나, 아니면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휴대전화로 연결되는 냉장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근처의 한 마을에서는 50가정이 냉장고를 정보를 교환하고 통신을 관리하는 가전제품으로 이용해보는 실험에 들어갔다.
고속인터넷에 연결된 냉장고는 항상 온라인 상태이고, 가족 구성원은 각자의 왑폰으로 필요한 물건 목록을 적거나 메모를 남기고 일정을 관리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똑똑한 냉장고’는 아직 컴퓨터 바이러스에 노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디어 때가 왔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독일의 BSI(정보통신부에 해당)는 아직까지 큰 위험은 없다고 말하지만, 함부르크대학 바이러스테스트센터 브룬슈타인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새로운 이동통신 규격이 해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가 컴퓨터와 달리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없어서 안전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같이 운영체제(OS)를 가진 단말기가 보급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무선인터넷을 공격하느냐 ‘선점 경쟁’ 미국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04년에는 4억명이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12억명 정도가 인터넷 접속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ervice) 기술을 이용한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함으로써 PC를 이용한 접속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추정이다.
점점 다양한 기능과 연산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는 이제 집 밖에서 세탁기를 조종하고 난방온도를 조절하며 물건값을 지불하는 전자식 ‘스위스 칼’이 됐다.
핀란드에서는 휴대전화에 개인 신상과 건강 상태, 사회보험 번호까지 저장해 신분증 구실까지 하고 있다.
최근엔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팜컴퓨팅의 경쟁사인 핸드스프링은 올해 말에 PDA 제품인 바이저(Visor)를 휴대전화로 쓸 수 있게 하는 ‘바이저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모든 게 휴대전화를 바이러스 공격의 매력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만약 바이러스가 사용자 모르게 인터넷에서 PDA로 침투하면 그 피해는 일반 컴퓨터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PDA는 무선통신용 적외선 포트를 갖고 있어 유선으로 연결이 안된 채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초 스페인의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 이용자들은 이 회사의 독점을 비방하는 SMS(단문메시지서비스)를 받았다.
티모포니아라는 이름을 쓴 이 메시지 작성자는 이메일을 SMS 형태로 단말기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포니카 기술담당자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바이러스가 PC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8월에는 노키아의 왑폰인 7110모델이 특정 포맷의 텍스트 메시지를 받으면 다운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끼워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이 버그는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와 유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수백명에 이르는 온라인퀴즈 이용자가 본의 아니게 일본의 긴급 구조번호인 110으로 전화를 거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예’라고 대답하면 자동적으로 110에 전화가 걸리도록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조작한 것이다.
결국 하루에 무려 400통의 엉뚱한 전화가 110으로 걸려왔다.
감기 바이러스처럼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지난 8월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PDA 제품인 팜 기종에 크랙으로 위장한 ‘리버티 A’ 바이러스 공격이 있었다.
팜 계열 PDA에서 닌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리버티 에뮬레이터’ 등록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용자들이 크랙을 사용하는 것을 악용한 이 바이러스는 PDA 안의 모든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지워버렸다.
더 지독한 것으로는 ‘페이지’ 바이러스가 있다.
아직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이 바이러스를 만든 해커는 지난 9월 익명으로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NAI), 소포즈, F-시큐어 등 보안 전문업체에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내는 시위를 했다.
이를 실행하면 화면에 회색상자가 나타나며 실행중인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고 결국 모든 프로그램을 지워버린다.
F-시큐어의 보안전문가는 페이지보다 악성인 스스로 복제하는 바이러스가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바이러스 피해는 그저 ‘맛뵈기’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해커들 사이에 누가 제일 먼저 무선인터넷을 다운시키느냐는 경쟁이 벌어질 때가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일반 PC처럼 그렇게 갑자기 급속도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선인터넷 사업자들은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바이러스 피해로 인한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다.
이는 미래시장인 m커머스(무선 전자상거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듀레커 리서치는 2003년에 m커머스 매출액이 지금의 3억2300만유로에서 230억유로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은 소비자가 기술을 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물론 새로 시작하는 UMTS 서비스는 처음부터 안전한 데이터 교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단말기는 접속할 때마다 각각의 전송 코드를 받는데 이는 다른 사용자 것과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현재의 보안기술이 충분히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각 회사는 인증과 코딩 그리고 방화벽을 적절히 결합한 해법을 찾느라 골치를 썩이고 있다.
보안과 관련해선 경쟁관계인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지멘스까지 공조할 정도다.
무엇보다 현금 흐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수백만 UMTS 사용자의 은행계좌를 털거나 조작하는 것만큼 m커머스를 위협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잠재적인 m커머스 고객 중 절반 가량이 인터넷 사용 경험이 없는 새로운 고객이라는 분석에서 비롯한다.
만약 미래 어느 시점에 각각의 사람이 각각의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면 바이러스는 마치 감기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채 번져갈 것이다.
블루투스 칩을 기반으로 연결된 똑똑한 가전제품들도 그 어두운 손길을 피할 수 없다.
가정의 경보장치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정작 도둑이 들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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