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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트콤] 다몽증
[건강시트콤] 다몽증
  • 이우석(자유기고가)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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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꽃
도아랑씨 입술이 지그시 물려 있다.
이번 생리통은 마치 대상 없이 막연하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그렇게 스멀스멀 배 한쪽에서 피어올라 머리까지 치솟는 악종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집중해서 일을 하다가 한 호흡 끊었을 때마다 찾아오는. 스포르 쇼핑몰 구축에 여념이 없는 도아랑씨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일 욕심이 유별나다.
프로그램언어의 마술사라고나 할까. 한가지 언어를 습득하면 그 응용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도 까탈스런 한재능 팀장 구미에 맞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그는 일 이외의 방면에서는 좀처럼 기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두달도 채 남지 않은 26번째 나이테는 이미 자리잡고 있는 25개의 나이테처럼 큰 이지러짐 없이 무난하게 동심원 형태를 갖출 것이다.
그는 그런 사실 자체를 참기가 힘들다.
평범한 일상을 무난히 살아내기만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염증이 엄습한다.
아니, 이미 의식 속에 백광상태로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중심이 되어 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추락 이미지는 요즘 그가 사로잡힌 가장 매력적인 기제이다.
온전히 자신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일 거라고 그는 희구한다.
잔뜩 꾸물거리던 하늘에 달걀노른자만한 태양이 구름 뒤에서 절제된 빛을 발산하고 있다.
그 빛은 매끈한 곡면으로 이뤄진 스포르닷컴 사옥을 빠른 속도로 훑고 지나간다.
모처럼 허운동 실장 얼굴에도 번들거리지 않는 윤기가 감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무모하리 만큼 경영 마인드가 교과서 같은 그는, 투자나 사업확장 시점을 경기불황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번 쇼핑몰 구축사업도 그 일환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닷컴기업들도 긴 동면을 준비하고 있는 이 즈음에 남들이 이미 쓰디쓴 대가를 치른 아이템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그 속내는 무엇일까. 마치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에서 체질개선을 이유로 방출한 선수를 비싼 연봉으로 데려다가 전력의 핵으로 삼고자 하는 것과 똑같다.
그 팀 감독은 팬과 구단주의 비난을 업고 이를 악무는 수밖에. 그러나 허운동 실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의 치기어린 승부사는 아니다.
팀장급 이상이 소집된 기획회의에서 허운동 실장은 주변의 회의적 시각을 일축하고 쇼핑몰 사업에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후 7시30분. 개발팀 컴퓨터 전원이 하나둘씩 꺼진다.
착륙한 비행기 엔진음이 잦아드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도아랑씨는 내일 회사에서 가을산행을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눈치다.
홈페이지에 추억의 스포츠게임을 업로드하는 데서 오류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영 찜찜하다.
공태만씨와 남궁용씨는 벌써부터 등산용 술통에 무슨 종류의 위스키를 담아가는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나누고 있다.
도 아랑씨는 그들의 가벼움이 못내 부럽다.
매일 뜨는 태양은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흔적을 온통 하늘에 흩뿌리며 어둑하게 멀어져간다.
북한산 비봉에 오른 도아랑씨의 눈동자도 어느덧 붉게 물들고 있다.
옷깃과 머리털이 바람에 날리면서 그와 진흥왕 순수비가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다.
그는 두팔을 가슴 뒤로 활짝 제끼면서 만물을 가득 품은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는 불현듯 진흥왕 순수비 위로 올라선다.
두팔은 이미 날개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펄럭인다.
두발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발가락 끝에 힘을 주며 차오르려는 순간, 벼랑 밑에 처연하게 피어 있는 꽃 한송이가 도아랑씨 동공에 가득 맺힌다.
꽃의 상이 물결처럼 넘실거린다.
그는 두발에서 힘을 놓는다.
도아랑씨, 나 어때? 섹시해 보여? 터벅터벅 남궁용씨 손을 잡고 도선사 윗길을 힘겹게 오르던 도아랑씨가 고개를 든다.
공태만씨가 이름 모를 야생화를 귀에 꼽은 채 특유의 익살기를 발동한다.
도아랑씨는 피식 웃어버리려다 꽃에 시선을 박는다.
어젯밤 꿈속에, 요새 그의 꿈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던 바로 그 꽃이다.
벼랑에 선 꽃.
꿈이 많은 것도 병이다 이성환/ 자생한방병원 제2내과 과장 www.jaseng.co.kr 동의보감을 보면, 정신을 주관하는 심(心)이 실(實)하거나 허(虛)하면 꿈을 많이 꾼다고 한다.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서 어떤 문제에 집착할 때 그 일이 꿈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렇게 꿈을 너무 자주 꿔 잠을 설칠 정도가 되면 다몽증(多夢症)이다. 꿈을 많이 꾼다 해도 그 증상을 분석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이 증상은 보통 허증(虛症)과 실증(實症)으로 나눌 수 있는데, 허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장과 비장 관계, 심장과 신장 관계, 또 무서움을 많이 타는 심담허겁증 등이 모두 허증에 속한다. 다몽증 증상을 크게 둘로 구분한다면, 첫째로 심비허증을 꼽을 수 있다. 꿈을 많이 꾸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 또 가슴이 두근거리며 건망증이 있고, 식욕도 없다. 게다가 헛배가 부르고 대변이 무르면서 늘 피곤에 절어 있다. 이런 증상은 십중팔구 비장의 소화능력이 허약해서 생긴다. 둘째로 심신불교증을 들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못 이루고, 잠을 자면 악몽을 많이 꿔 가슴이 두근거리기 일쑤이며, 허리가 저리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나친 피로 때문에 심신이 손상되어 심장과 신장의 균형이 어긋나고, 자율신경이 실조된 경우를 말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심비허증을 치료할 때 귀비탕이나 사물안신탕 계통의 약재를 기본 처방으로 참조한다. 심장과 비장 기능이 충실해지면 불안하고 초조하며 꿈이 많은 증상이 자연스레 사라진다. 심장과 신장의 균형이 맞지 않아 생기는 심신불교증의 경우에는 허열(虛熱, 열과 땀이 나고 입맛이 떨어지면서 쇠약해지는 병증)이 상부로 치솟아 잠을 잘 수 없고, 잠을 자도 꿈에 시달리기 일쑤이므로 허열을 내려주고 안심시켜주는 안신탕, 익기안신탕 등을 음용하면 좋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요법으로는 산조인 8g, 원지 4g, 감초 4g에 물 1사발을 붓고 1시간 정도 달인 후 커피잔으로 1잔씩 아침저녁으로 복용한다. 산조인은 생(生)으로 사용하면 심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력이 있지만, 볶은 것을 먹으면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도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운동은 숙면을 유도하는 최고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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