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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와 얼짱카페의 '불편한 진실'
성형외과와 얼짱카페의 '불편한 진실'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2.1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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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넘어 병원서 카페 직접관리…병원간 매매도

“우리는 성형외과 ‘카페’팀에서 근무해요.”

성형외과 카페팀에서 근무한다는 A씨의 업무는 이른바 ‘카페 관리’다.

병원에서 카페 관리를 한다고 하면, 병원로비에 마련한 카페라운지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요즘 대형 성형외과는 내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라운지를 마련해 음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이야기 하는 ‘카페 관리’란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온라인 카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A씨의 일과는 하루 종일 수십 개의 아이디로 바꿔 로그인 하면서 수술 후기를 올리고, 댓글을 관리하고, 정보쪽지를 발송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바로 ‘충성 회원’ 관리다. 카페 충성회원 관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특정 아이디로 올린 후기를 보고 문의쪽지를 남긴 회원에게 ‘해당 병원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수술 가격을 흘려주면 된다’는 것이다.

가령 200만원짜리 눈 성형수술(비절개눈매교정+앞트임)을 카페 우수회원 중에서 성형모델로 뽑혀 공짜로 수술할 수 있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 포털사이트에서 '성형후기'를 검색하면 8만여 건의 후기들이 노출된다. 이중 대부분이 소위 얼짱 카페안에서 작성되고, 몇 몇 카페는 성형외과 원장이 실질적인 주인이다.
이런 정보를 받은 회원 중에서 성형모델에 관심이 있던 회원이라면 자연스럽게 충성 회원이 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의 말처럼 충성 회원이 된 C(대학생, 20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성형 수술을 하기 전에, 병원(성형외과)정보를 알아보려고 가입했어요. 온라인 뷰티카페 중에서 이 카페는 회원 수도 많고, 올라오는 후기 수도 다른 카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마련했던 C씨는 성형모델이 되면 공짜로 수술할 수 있다는 말에, 성형모델에 도전하기로 했다. 출근부에 도장을 찍듯 매일 카페에 드나들었다. 학교 수업 중에도 모바일 접속을 통해 댓글을 남기고, 카페 글을 블로그에 스크랩했다. 그러기를 수개월여. 카페 등급은 성형모델에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올랐다.

성형모델 신청·접수를 마치고 나름의 면접까지 치렀다. 이 심사에서 통과하면 연계병원에서 무료로 수술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던 찰나 모 성형외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성형모델에서 아쉽게 탈락했기 때문에 ‘수술비 전액 지원’은 불가하지만, 동맹 카페의 우수회원인 만큼 30% 정도의 비용 지원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공짜 수술은 물 건너갔지만, 30% 할인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온·오프라인 광고에 후기사진 사용을 동의하면 50%이상도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C씨는 얼짱카페에 후기 사진을 올리는 30% 할인된 비용으로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사실 포털사이트에서 유명한 얼짱카페는 해당 성형외과에서 직접 운영 중인 온라인 카페였다. 십 수 명의 충성회원을 양성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병원에서 고용한 직원들이 직접 했다.

보통 성형모델을 선발하는 시기는 성형외과의 성수기가 끝난 봄과 가을 무렵이다. 병원의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는 시점에 매출 증대를 위해서 카페 이벤트 차원의 행사로 포장할 뿐이다.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는 금지되어 있지만 ‘얼짱카페에서 주관한 이벤트’를 내세워 법망을 피해하고 있다.

성형외과 홍보를 위한 브로커 관리, 알고 보면 타 병원 견제를 위한 조치일 뿐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성형수술 후기의 상당수는 병원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브로커들에 의해 행해진다. A씨가 관리중인 카페에도 매일 성형후기가 게재되는데 ‘브로커활동’으로 간주되면 ‘강퇴(강제탈퇴)’ 조치가 취해진다.

회원들에게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척 하지만, 자신의 병원 홍보를 방해하는 요소를 걸러내는 장치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카페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병원은 신규 카페를 개설해 타 병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규모 성형외과에게는 배너광고를 해주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챙기기도 한다.

이름이 알려진 다수의 성형외과는 온라인 팀이라는 별도의 홍보인력이 활동한다. 이들의 주 활동은 A씨처럼 카페나 블로그 관리지만, 타 병원을 견제, 비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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