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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시위 격화 속 중국인의 홍콩 주식투자 급증
민주화시위 격화 속 중국인의 홍콩 주식투자 급증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0.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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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급증
왜? 민주화시위 격화 속 홍콩 금융센터 기능 보호? No!
본토․홍콩 이중상장 기업 주가차익 겨냥? Yes
지난 6월15일 동대문 디지털플라자 앞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홍콩 유학생들이 홍콩시위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지난 6월15일 동대문 디지털플라자 앞에서
국내 거주 홍콩 유학생들이 홍콩시위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넉 달이 돼 간다. 그 사이에 시민들의 성과와, 중국 본토 정부와 홍콩 특별행정 당국의 반격, 중국 인민해방군의 진압 위협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의 완전 철회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홍콩의 자유와 자치에 대한 요구를 높여가고 있다. 양보만 있을 리 없다. 철회된 송환법 대신에 복면금지법이 등장했다.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2만원)의 벌금이 따른다. 신체 구속과 돈으로 시위 참여를 막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업무방해를 본질로 하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강화시켜 단체행동의 자유를 옥죄려는 시도가 그것이었다. 홍콩에 진입한 중국 인민해방군은 언제라도 무력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으로 다가온 지 오래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자본유출 조짐

홍콩 시위와 이로 인한 사회불안이 홍콩으로부터 자본유출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은 시위 시작과 함께 나왔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홍콩달러 표시 총예금은 시위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대신, 미국 달러화 표시 예금이 늘어나고 있다. 홍콩달러 표시 총예금은 올해 5월 6조9228억500만홍콩달러에서 8월 6조8433억3500만홍콩달러로 1.1%(794억7천만홍콩달러, 약 12조9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 표시 예금은 4조9854억3800만달러에서 5조992억7500만달러로 2.3%(1138억3700만홍콩달러, 약 17조3200억원) 증가했다.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 달러 표시 예금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7.75~7.85홍콩달러로 고정돼 있다.

이미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싱가포르의 외국인 소유 예금 변화를 분석해 봤더니 올해 6~8월 사이에 약 40억달러(약 314억홍콩달러)가 홍콩에 유출돼 싱가포르로 흘러들었다고 추정했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거주자 예금이 이 기간 동안 5% 증가했고, 특히 8월에는 15%나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4328억달러로 한 달 전 4484억달보다 156억달러 줄었다. 1988년 외환보유액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게다가 지난 10월6일 홍콩금융관리국(HKMAS)은 “은행의 일일 현금인출 한도를 설정하는 새로운 규제를 시행한다는 소문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홍콩 은행시스템은 견고하고 건전하며 은행들은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자본유출 우려가 은행 예금 인출을 제한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이어지자 조기 차단하려는 목적에서였다.

홍콩금융관리국이 발표한 성명처럼 아직까지 홍콩으로부터 자본유출은 우려를 낳을 정도로 크지는 않은 편이다. 날로 격화하는 시위에 비춰보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의 지급준비금이 충분하다거나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고 있다는 요인들을 빼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가 나온다. 홍콩 주식시장으로 중국 투자자들의 돈이 꾸준히 흘러 들어왔다는 게 그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 대한 홍콩의 사회불안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 정부가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정치 요인보다는 시장 요인이 주목을 끈다. 이른바 ‘후강통’이다.

홍콩‐선전‐상하이 증시 연결 ‘후강통’ 통한 중국 주식투자자금 순유입

2014년 11월17일 도입된 ‘후강통’(Shanghai-Hong Kong Stock Connect)은 중국 본토의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를 홍콩 증시와 연결하는 제도다. 중국 본토나 홍콩의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각각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원격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콩에 거주하면서 중국 증시의 주식을 매매하는 데 따른 자금 이동을 ‘북방 흐름’(northflow), 그 반대는 ‘남방 흐름’(southflow)라고 불린다. 후강통 도입 이후 외국인투자자들 속에서 현금‐주식 거래 비중은 2014년 13%에서 2018년 28%로 급증했다. 그만큼 중국 투자자나 홍콩의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의 증시에 훨씬 더 깊숙이 관련된 것이다.

싱가포르로 일정한 자본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지난 8월에도 후강통을 통해 중국 투자자의 현금은 9월11일까지 37일 연속으로 순유입됐다. 지난 8월 한 달 순유입 규모는 75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투자자들의 남방 흐름의 대부분은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 양쪽에 모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 차이를 나타내는 이른바 ‘A-H 프리미엄’을 노리는 성격이 강하다. A주식은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을, H주식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이렇게 양쪽 증시에 ‘이중상장’ 된 기업 수는 112개다. 이들 기업 주식 가치를 나타내는 중국 증시 지수와 홍콩 증시 지수의 격차가 바로 ‘A-H 프리미엄’이다.

지난 6월 100만명을 넘어섰던 홍콩 민주화 시위 장면. 사진: CNN
지난 6월 100만명을 넘어섰던 홍콩 민주화 시위 장면. 사진: CNN

동일한 기업의 주식은 어느 곳에서든 비슷한 가치에 거래되는 게 상식에 맞는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중국 국내 소액투자자의 영향을, 홍콩 증시는 국제기관투자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중국과 홍콩 증시의 특징이 상당히 다르다. 이로 인해 ‘A-H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이 프리미엄 지수가 100 미만이면 같은 기업의 주식이 중국 본토에서 더 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2013년과 2014년 90에 이르렀다. 100을 웃돌면 그 반대다. 이중상장 기업 112곳 중 칭다오은행 등 한 두 곳을 빼곤 모두 100을 웃도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들어 이 프리미엄은 8월 중 132.60까지 치솟는 등 130 안팎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29일 115.28과 견줘 거의 15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홍콩 증시로 중국 투자자들의 현금은 절반 이상이 ‘A-H 프리미엄’을 노리고 이중상장 기업들에 투자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상장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홍콩 증시 전체의 23%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쏠림이다. 차익을 노리는 일종의 재정거래(arbirrage)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중국 증시 거품 피해 홍콩 ‘이중상장’ 기업 주식에 집중투자

후강통을 통해 중국 투자자들의 현금이 홍콩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는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후강통’이 중국 투자자들이 위안화 이외의 통화로 표시되는 자산들에 손쉽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통로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바꾸기보다 홍콩이 훨씬 더 쉽다는 얘기다. 게다가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고정돼 있어 위험 예측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다른 하나는 지난 8월5일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으로 평가절하 된 것이다. 그 이후 후강통을 통해 홍콩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투자자들의 현금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이중상장 된 기업들에 대해 홍콩에서 평가하는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A-H 프리미엄’은 더 벌어졌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이중상장된 기업의 주식 가치가 중국 증시에서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다는 인식이 점점 더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홍콩으로부터 자본유출이 아직까지 우려할 정도가 아닌데는 중국 본토의 역외금융센터로서 홍콩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재정거래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외 금융센터로서 홍콩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치적 기획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홍콩의 경제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평가절상 쪽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재정거래를 노리고 홍콩 증시로 흘러드는 중국 투자자들의 현금 흐름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 보장해야 역외금융센터 지위 유지

하지만 홍콩경제에 대한 충격은 이미 둔화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홍콩의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의해 결정된다. 홍콩으로부터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출될지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보다는 바로 여기서 좌우될 것이다. 물론 민주화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지는 비극적 변수가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홍콩의 외환보유액(8월 기준 4328억달러)은 홍콩 본원통화의 얼추 2배에 이른다.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자본유출이 있을 경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홍콩의 총예금 홍콩 국내총생산의 470%에 해당되는 1조736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다. 이 중 10%만 빠져나가도 외환보유액의 40%가 결딴난다. 자본유출을 통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중국 본토의 역외 금융센터로서 지위가 송두리째 흔들림은 물론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꿈꾸는 ‘중국몽’에 중국 선전 증시나 상하이 증시가 홍콩을 대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백일몽’에 가깝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홍콩 민주화시위에 대한 대규모 무력진압은 이를 성큼 앞당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역외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지위를 지키려고 한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홍콩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국제사회를 상대로 내건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705).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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